아침마다 나혼자 일방적인 인사를 건네게 되는 철새들..
밤사이 별일은 없었는지, 남강에 먹을 거리는 많이 있는지, 아침 식사들은 배부르게 하고 있는지 등 속으로 안부를 묻는다.
겨울 철새라서 안해도 되는 걱정이지만, 우습게도 추운날 물속에서만 있으면 얼마나 차가울까 싶은 마음도 들기도 한다.
'괜한 걱정이고 괜한 마음 쓰는구나.' 혼자 우스워하기도 한다.
그런데 오늘은 딸아이 덕분에 내가 어쩌면 '괜한 마음쓰기'에 익숙한 사람이 아닐까도 생각해보게 되었다.
날이 추워지자 딸아이는 요즘 내차를 탈때 자연스럽게 조수석에 앉는다. 뒷자리에는 아쉽게도 열선이 깔려있지 않아 겨울에는 매우 불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리에 앉으면 종종 열선 버튼을 자기 자리만 누르고 가만히 앉아 있는다.
나는 겨울에 옆자리에 누군가가 앉게 되면 항상 묻지도 않고 재빨리 열선 버튼을 눌러주곤 하는데, 딸아이의 그 행동에 불편한 감정이 든다.
그까짓거 내가 누르면 되는 것이지만, 엄마로서 내 아이의 마음 씀씀이가 부족한 건 아닐까하는 걱정스런 마음이 든다.
너무 본인만 생각하는 건 아닌지, 주변 사람도 둘러봐서 배려를 해야 하는건 아닌지 등등.
그래서 한마디 한다. "딸아, 네가 추우면 옆사람도 추울거니까~ 누르는 손끝에 같이 눌러주는게 배려란다~
이건 잔소리가 아니라~ 네가 모르는 것 같아서 그냥 얘기해주는거야~"
이렇게 말해놓고도 '아..잔소리가 맞나?' 하며 딸아이의 눈치를 본다.
그런데 바로 이어 딸아이가 불쾌한 감정없이 아주 깔끔한 말투로 한마디 한다.
"그 사람이 싫어할수도 있는 거잖아. 그럼 그건 배려가 아니지."
그렇다. 책에서도 수없이 나오는 이야기였고, 나의 삶속에서도 여러번 경험했던 것이다.
배려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상대는 전혀 배려로 다가오지 않는 경우가 참 자주 일어나는 세상살이인데 그맥락의 이야기 였던것이다. 순간 할말을 잃고 "어..엄마는 추운거 싫어하는거 알잖아!~그걸 알때는 눌러주는게 배려야.."
말을 얼버무린것 같다ㅎㅎ. 청둥오리의 추운 물속 생활을 걱정하는 '괜한' 마음 씀도 이쯤에서 접어야 겠다.
때로는 상대가 원하지 않는 배려인지도 가만히 생각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