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지만, 얘들아~ 엄마 오늘은 신나게! 홀가분해 할래!!^^
오전에 두아이 모두 입학식이었다.
큰아이는 고등학교에 입학을, 작은 아이는 중학교에 입학을 하는 날이었다.
큰아이를 데리고 고등학교 기숙사에 짐을 넣어주기 위해 아침 일찍 출발해야 했기 때문에, 작은 아이한테는 친구들과 같이 시내버스를 타고 등교하라고 일러두었다.
다른 기숙사는 대부분 전날 저녁에 입소하는데, 당일 아침에 들어오라는게 좀 특이하다는 생각을 하며 출발했다.
아침 잠이 많은 딸아이는 졸린 눈을 비비며 새벽에 일어났고, 머리를 감은 후 식탁에 앉아 엄마에게 주문한 아침메뉴인 크림스파게티를 한접시 클리어했다. 아침부터 스파게티라니..ㅋㅋ
50여분 달려 도착한 학교. 기숙사에 짐을 넣어주고 침대에 이부자리를 펴주고, 주말에 만나기를 약속하며 돌아왔다.
기숙사에 두고 오는 일을 3년째, 아니 이제 4년차에 접어드니 처음처럼 울컥하지는 않는다. 다만, 다시 신입생으로 지낼 1년이 힘들지 않기만을 기도할뿐...
그렇게 집으로 돌아와 거실을 둘러보니 아.무.도. 없다.
"우와~ 좋다~~~" 라는 말이 나도 모르게 저절로 나온다. 그러면서 동시에 '내가 왜이렇게 좋아하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11월말부터 코로나와 방학과 졸업등을 이유로 아이 둘이서 '동시에' 또는 '교차로' 집에 붙어(?) 있어야만 했다. 엄마의 손이 필요한 아이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신경이 쓰였었나보다.
분명히 나는 우리아이들을 세상에서 가장 사랑한다. 그렇지만 오늘만큼은 아이들의 부재가 진심으로 홀가분하다.

커피를 한잔 내려 마시며 잠시 이 기분을 만끽하던 중에 수희언니와 연락이 닿았다.
언니는 나의 작은 행복에 하나를 더 얹어주신다. 언니를 만나 맛난 점심도 먹고 새로 오픈한 진주문고 혁신점도 둘러보고, 커피를 마시며 또 한번의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오후에 집에 돌아온 나는 이 기분 그대로 아이들 방부터 시작해서 집안을 치운다. 이렇게 일상의 저녁으로 돌아왔으나 잠시 홀가분함을 만끽한 것 만으로도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