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커풀 수술 후 일주일. 실밥을 뽑기 위해 다시 병원을 방문해야 했다.
예약시간보다 여유있게 시간을 맞춰 미리 고속버스표를 예매했는데, 병원측에서 다시 전화가 왔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수술이 잡혔는데 한시간 반만 더 늦춰달라는 이야기였다. 그러겠다고 말했으나, 버스표를 취소하고 다시 끊고 싶지는 않고, 더 길어진 여유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생각했다.
쇼핑을 할까? 서점을 가볼까? 친구를 만날까? 아니..그래..밥을 먹자!!
병원이 위치한 곳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부유한 동네 중 하나인 청담동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의 최고급 아파트와 빌라들이 있고, 상위 1%의 사람들이 모여 산다는 그곳이다.
서울을 제외한 모든 지역을 '지방'이라고 표현 한다는데, 그 지방에서 먹는 밥맛과 청담동의 밥맛은 과연 다를까? 라는 생각으로 '청담동 맛집'을 검색해본다.
마지막 병원행이 될텐데 고급진 스테이크 한접시 먹어볼까? 지방사람들도 안다는 유명한 스테이크 전문점을 검색해본다. 점심식사 가격이 1인분에 10만원 가까이 한다. 잠시 망설이다가 곧바로 마음을 접는다.
간단하게 브런치나 하자. 맛집으로 검색되는 브런치 카페를 찾아 전철역에서 나와 200여미터를 걸었다.
인터넷상에서 사진으로 보았던 간판과 통유리로 이루어진 카페에 들어섰고, 혼자왔다는 이야기에 직원이 2인 테이블로 안내했다. 따뜻한 아메리카노와 그 커피에 어울릴만한 브런치메뉴를 주문했다. 진주의 평균 브런치 가격보다 비싼 느낌이었으나, 내가 앉아 있는 자리 가격 만큼 이려니 했다.
잠시뒤 주문한 메뉴가 나왔고 일단 커피부터 한모금.
그다음 토스트와 그위에 얹혀진 바나나와 베이컨을 한쪽씩 맛보았다.
아..진짜..왜이렇게 맛있고 난리야..
어쩌면 내 마음 한 구석에서는 '거기서 거기'인 맛이길 살짝 기대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면서 내가 방금 걸어온 200여미터의 골목에 줄줄이 세워져 있던 듣도 보도 못한 외제차들이 떠올랐고,
카페 안의 세련되어 보이는 (물론 내 색안경에 비춰진 모습이겠지만) 사람들의 모습도 보였다.
낯선 테이블에 홀로 앉아 나는 청담동을 맛보고 있다. 이색체험이다.
내 인생에 혼밥은 이번이 두번째이기에 더욱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