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드립으로 내려마시기 시작하면서 처음 구입했던 유리 서버는 얼마 사용하지 못하고 입구가 깨져버렸다.
설거지 중 다른 그릇과 아주 살짝 부딪혔는데 너무 쉽게 깨져버려 매우 당황스러웠다.
입구만 떨어져 나간거라 다른 방향으로 따라서 마시면 되기도 하지만, 유리 재질이다 보니 위험하기에 마음이 쓰려도 버릴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며칠동안 서버 없이 드립을 내리려니 여간 불편한게 아니다.
인터넷으로 다시 서버를 검색 해보는데, 비싼건 아니지만 같은 돈을 또 한번 쓰려니 씁쓸한 마음에 결정이 더디어진다.
다시 이런 일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단단한' 서버를 찾아보는데, 나의 레이더망에 딱히 걸려드는 제품이 없다.
그렇게 불편한 채로 커피를 마시던 어느 날, 현대카드 어플 속 화면 아래쪽에 나의 공짜 심리를 자극하는 "0원" 이라는 숫자와 원하는 이미지가 걸려든다. 상품 이름 자체에 모든 정보가 포함되어 있다.
보온도 되고, 스테인레스이고, 용량은 600ml이다.
커피를 천천히 두고 마시는 나에게 보온기능은 아주 고마운 기능이 될테고,
스테인레스라면 우리 집에 있는 그 어떤 다른 그릇과 부딪혀도 지지않을 것이다.
혼자 마신다면 300ml도 괜찮지만, 두명이서 마실거라면 600ml는 되어야 한다.
바로 내가 원하던 피지컬(?)이다.
또한 42,000원짜리를 포인트로 100% 사용가능하다는 것은 나의 돈을 추가로 들이지 않고 있는 포인트를 쓰면 된다는 것이다. 더 고민할 것도 없이 바로 결제에 들어간다.
결제 후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 상품은 2만7천원대에 구입가능 한 것이었다. 결국 1.5배정도의 포인트를 쓰게 된 격이고 절대 이익을 본건 아니다.
평소에 이런 계산이 빠른 남편이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나는 그의 찌릿한 눈초리를 잠깐 감수해야한다.
그래도 좋다. 원하는 것을 얻었으니 본전을 다 찾을때까지 열심히 써주면 되니까...
배송이 되자마자 사용해보니 그 묵직함이 마음에 든다. 온라인 미팅 시간 내내 마셔도 식지 않은 커피를 마실수 있다.
뚜껑을 꼭 닫으면 흔들어도 커피가 밖으로 흐르지 않고, 손잡이 위쪽에 있는 뚜껑 뒷부분을 눌러야 커피가 나오기에 간단한 휴대도 가능할 것 같다. 설거지를 할때도 꽉차긴 하지만 내 손이 들어가니 손잡이 긴 솔 등의 다른 도구를 쓰지 않아도 된다.
다만, 단점이 있다면 입구 안쪽 테두리에 턱이 있어 마지막 커피 반모금정도가 남아있게 되고, 설거지를 해서 엎어 놓아도 물이 조금 남아서 흔들어 비운 다음 건조시켜야 한다. 그리고 눈금이 없어 커피양을 가늠하기 어렵지만, 그정도는 드립주전자로 하면 된다. 나의 원래 목적에 매우 부합한 상품이기에 이 소소한 단점 정도는 용서가 된다.
장단점을 모두 가진 이 상품..넓은 사랑으로 길게 함께 할것이다. 우리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