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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엄마의 마지막 여행

nayoung22 2020. 12. 11. 23:55

헤어진 연인들 중 미련이 별로 남지 않는다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미련없이 실컷 사랑했다'

시험본 학생들 중 미련이 별로 남지 않는다는 이들의 공통점은 '미련없이 실컷 공부했다'

라고들 한다. 그래..나도 그런 이유에서일까? 

엄마와 함께 한 추억들을 떠올리고 기록하고 떠올리고 기록하기를 반복한다.

 

이것은 더이상의 슬픔은 아닌것이 분명하다.

내가 미련없이 실컷 떠올릴때 나도, 우리 엄마의 기억에도 아쉬움이 남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다.

그래서 마음 놓고 신나게 떠올리고 기록한다.

오늘은 2년전 이맘때. 엄마와 사랑하는 이모 두분과 넷이서 제주도 여행을 갔을때를 떠올린다.

외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두 이모는 우리 엄마를 친정엄마처럼 따르고 챙겨주시는 감사한 두분이다.

 

엄마의 기억이 띄엄띄엄 희미해지고, 몸의 감각이 둔해지고, 언어와 인지력이 의심스러워지기 시작할 무렵.

더이상 늦기 전에 엄마의 기억 속에 행복한 추억 하나 만들어 주기 위해 '세자매의 힐링 여행'을 추진했다.

물론 나는 운전기사면서 가이드 역할이었다. 숙소와 식당, 비행기 티켓등 모~든 일정을 책임지는 종합여행사 가이드였다. 2박3일을 여기저기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우리는 한장한장의 소중한 추억을 카메라에 담았다.

한순간이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이모들도 나도 순간순간을 가슴에 담아두었다.

하루종일 웃고 울고를 얼마나 반복 했는지 잊을 수가 없는 행복한 순간이었다.

40대, 50대, 60대, 70대를 대표하는 네명이 모였다면서도 세대차이 따위는 딴세상 이야기였다.

 

그로부터 지금까지 우리는 이날의 이야기를 하고 또 한다.

(물론 엄마는 사진을 보여줘도 아시는지 모르시는지 모르겠는 눈빛이지만..그래도 우린 믿는다)

아마 우리엄마가 먼저 가시는 날이 와도 우리는 이 추억을 또 이야기 하고 있을것이리라.

미련없이 실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