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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 받은 날

nayoung22 2021. 1. 11. 23:27

고래도 춤추게 하고, 아들도 춤추게 했던 그 칭찬은 오늘 나의 마음도 춤추게 했다.

내 서랍속 비밀 일기장도 아닌, 공개글로 이런 기록을 남긴다는 게 우습기도 하고 뻔뻔함의 대가인 듯도 하지만 오늘 나는 그 짓을 해버린다.

진주지역 한 기도원에서 발생한 29명 코로나확진으로, 자정부터 거리두기 2.5단계가 실시된다는 뉴스로 우울해졌던 마음을 이렇게나마 씻어버리고 싶었고, 그러기에 아주 충분한 감동이었다.

바로 옆동네 사천에 사는 그녀를 본지가 족히 반년은 훨씬 넘은 것 같다. 내가 18년전 창원에 와서 처음 알게된 그녀는 남편의 직장 동료 와이프였다. 그녀는 20대 후반, 나는 30대 초반에 만나 서로 두아이를 낳아 키우는 과정을 함께 지나오면서 벌써 이만큼의 시간이 지났다는게 새삼스럽다. 우리는 흔히 하는 말로 매일 같이 붙어 지내지는 않았다.

가끔 가족동반으로 1박 여행도 가고, 식사도 하고, 아빠들 축구모임에 아이들 데리고 가서 만나는 정도였다.

회사가 사천으로 옮겨오면서 우리도 함께 사천에 같은 아파트로 이사했고, 그때부터는 둘이서 커피도 마시고 식사도 했던 것 같다.

만날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참 당당하고 야무진 사람이다. 그녀가 일부러 드러내려고 해서가 아니라 어떤 면에서든 자연스럽게 그 야무짐이 드러나기에 만날때마다 하나씩은 꼭 배웠던것 같다. 동생이 아니라 마치 언니같은 때도 많았다. 그녀와의 만남은 에너지가 꽉차는 날이 많았다. 자주 못보더라도 그 여운이 남아서 다시 만나면 그 기운이 이어지는 느낌?

그런 그녀가 오늘 나에게 멋진사람이라는 칭찬을 해주었다. 이 무슨 이야기인지 몸둘바를 몰랐지만 찡한 감동이었다. 이것은 비단 칭찬을 받은 기쁨 때문만은 아닌것같다.

사람이 살아간다는 것은 인간관계 속에서의 '나'와 '나의 역할'을 채워가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주도면밀하게 그것을 채워갈 줄 모르는 미련한 사람, 그저 솔직하게 꾸준함이 전부인 사람이다. 그런 나를 18년간 지켜봐 온 누군가에게 나의 솔직함과 꾸준함을 인정받았다는 느낌에 감동했던 것 같다.

사실 요며칠 어려운 인문학 강의를 듣던 중 나의 삶의 태도와 방향이 맞는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었기에, 오늘 이 메세지는 나에게 잘 하고 있다는 응원과 격려의 말로 다가왔다.

누군가에게 그런 힘이 되는 진심어린 말을 할 수 있는 그녀 또한 멋진 여성임에는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