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 사진
딸아이가 유치원 졸업, 초등학교 졸업에 이어 올 겨울에는 중학교를 졸업했다.
그 아이 인생에 몇번의 졸업이 더 남아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앞으로 갈수록 더 어려운 과정의 졸업을 앞두게 되겠지만, 이 '졸업'이라는 단어에 올해는 참으로 많은 감정이 섞인다.
설렘과 걱정으로 시작했던 생활이 어느새 3년이라는 시간이 흘러버렸다는게 믿기 어려울만큼 눈깜짝 할 사이처럼 느껴진다.
딸아이를 믿었기에 기숙학교를 제안했었지만, 그래도 아직 어린 나이이기에 부모 품을 벗어나 단체 생활을 잘 해낼까 하는 걱정이 가장 컸다.
다행히도 딸아이는 너무나 잘 해내 주었고, 많은 추억을 쌓고 건강하게 졸업하는 것이 대견스럽기까지 하다.
또다시 시작되는 3년간의 기숙학교 생활도 잘 해내 주리라 믿는다. 이렇게 믿을 수 있는 이유는 그녀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일수도 있는 '심플함' 때문이다. 복잡한건 '딱' 질색해 하는 성격이라, 여자아이들끼리의 복잡한 감정들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며 해결하는 경우를 몇번 보았다(그리고 깊은 사고가 필요한 복잡한 수학 문제도 '딱' 질색하니 걱정이다. 심플함의 최대 단점이다ㅎㅎ).
그 해결이 '좋게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너무나 심플하게 '아닌건 아니야'라며 깔끔하게 정리하는 경우도 보았다. 그 끊어진 관계가 불편해서 신경이 쓰일법도 한데 별로 개의치 않는다고 한다.
딸아이 뿐만이 아니라 요즘 아이들의 친구관계형성 트렌드인가? 어쨌든 졸업하기전 기말고사 즈음에 그 친구와도 관계개선이 되었다는 말에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평소에는 여러번 깨워야 일어나는 딸(기숙사에서는 맨 먼저 기상한다는 말을 믿을 수 없을 만큼 아침잠이 많은 아이)이 졸업식날은 깨우지 않아도 새벽같이 일어나서 바쁘다. 예쁘게 화장을 하고 헤어스타일링을 하는데 시간이 꽤나 걸리기 때문이다. (요즘 학생들의 메이크업은 흔한 일이 되어버렸기에 이 글을 읽는 분들도 이 대목은 이해해주시리라ㅋㅋ)
학교 강당에서 학생들과 선생님들만 거리두기를 유지하며 졸업식을 진행했고, 학부모들은 운동장에서 대기하다가 마치고 나오는 아이들에게 꽃다발을 건네는 희한한 졸업식을 했다. 그나마도 작은 학교이기에 가능했지, 아예 학생들조차도 등교하지 않고 졸업식을 하는 학교도 많다고 들었다.
딸아이는 친구들과도 사진을 찍고, 독사진도 찍고, 부모와 함께 찍은 증거샷도 남겼다(아빠가 휴가까지 쓰며 졸업식에 참석할 만큼 딸을 사랑했다는 증거 ㅎㅎ)
가만히 셋이 찍은 사진을 보고 있노라니..나의 초등학교, 중학교 졸업 사진이 생각난다.
내가 꽃다발을 들고 가운데에 서있고 양쪽에 엄마, 아빠가 서 계셨던 사진. 그저 졸업식이라 하니 아쉬우면서도 신나있던 철없던 나의 옆에 서 계셨던 우리 부모님도 지금 나와 같은 생각을 하셨을까?
아이들이 클수록 문득문득 이 나이의 내 부모님도 나와 같은 심정이었을까를 엿보고 싶어질때가 많아 진다.
"아빠도 그때 그랬어요?" 라고 물어보기도 한다. 그러다보면 지금 부모님의 나이가 될때가 오겠지? 그때는 아마 물어보고 싶어도 물어볼수가 없겠지? 그날이 오기전에 지금의 생각과 느낌들을 틈틈이 여쭤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