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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군 남면 향촌마을

nayoung22 2021. 1. 21. 00:03

남해군 남면의 지도상 위치

나 어릴적 국민학교때 같은 반 친구였던 숙이는 키도 크고 덩치도 좋은 만큼 마음도 넓고 성격이 화통했던 아이였다.

숙이네는 지금 강원도 춘천에서 그 유명한 닭갈비식당을 시부모님과 함께 운영하고 있다. 5년전에 춘천에 들렀을때 시원시원한 목소리와 재치있는 유머로 손님들을 응대하는 숙이 모습을 보고는 참 잘 어울리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친구네 식당은 해마다 11개월 내내 휴일도 없이 일을 하고는 1월 한달간 식당문을 닫고 직원과 가족 모두가 휴식을 한다.

베트남에서 온 직원들은 그 한달간 가족에게 다녀오기도하고, 숙이네는 해외여행이든 국내여행을 하며 휴가를 휴가답게 보낸다. 올해는 코로나로 해외여행이 안되니 국내여행을 할 수 밖에 없는데 코로나 없는 청정지역 찾아 삼만리 하던중 남해로 결정했다고 한다. 혹시 몰라 집에서 2주 이상을 보내고 출발했다는 그 철저함에 박수를 보낸다.

근처로 여행을 왔으니 얼굴은 봐야지? 숙이가 예약해서 사흘째 묵고 있는 숙소 주소를 받아 네비게이션에 검색을 하니 진주에서 1시간 30분이 걸린다. 지도상으로는 얼마전에 바람쐬러 갔던 상주은모래비치에서 멀지 않은 곳인데, 한번도 가보지 못한 남해중에서도 제일 끝의 어느 지역인듯 하다. 

 

민박집 전경(퍼온사진)

수많은 펜션들이 자리잡은 마을을 지나고 지나서 끝까지 들어와 도착한 곳을 보니 여기가 맞나 싶을 정도로 평범한 바닷가 마을이다. 간판을 보니 맞게 찾아왔다. 숙이에게 전화를 하니 뒷산을 산책하고 내려오는 길, 내가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 내려오고 있는 중이었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일주일을 통째로 빌리기에 가격과 위치가 안성맞춤이었다고 한다. 노인부부가 운영하시는 민박집인데 아주 친절하시다고 한다. 시골에 계신 할머니댁에 머무른다 생각하고 왔다고..

중2아들과 셋이서 온 가족여행의 목적은 '타지에서의 쉼'이었다. 여기저기 구경도 하고 싶지 않고 그냥 이 마을에 짱(?)박혀 있다가 돌아갈거라고 한다. 그렇게 있다가 가기에는 너무 먼길을 온건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그 남다른 여행의 목적이 멋지다.

더욱 놀라운건 중학생 아들이 이곳을 마음에 들어한다는 것이었다. 볼거리라고는 방파제로 막혀있는 바다와 그곳을 드나드는 낚시배들과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산뿐인 이곳을. 우리집 아이들에게는 상상하기조차 힘든 일이다.

5년만에 만난 우리는 해안도로를 따라 걷고 또 걸으며 시간가는 줄 몰랐다. 참 조용한 동네다. 친구 덕분에 이런 생소한 마을길을 다 걸어본다. 이 마을에 객이라고는 낚시배 손님과 숙이네 가족과 나뿐인것만 같았다. 주말에는 그동네 펜션이 꽉찬다는 말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조용하다.  

남해바다의 일몰

이런저런 살아가는 이야기가 길어졌다. 저녁을 먹고 가라는 친구의 손을 놓고 아쉽지만 차를 돌려나오는데 해가 바다 건너로 넘어가려 한다. 길가에 차를 세우고 이 멋진 풍경을 한 컷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