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보러 가자
토요일 오후, 네명 모두 딱히 할일도 없고, 집에 있으면 각자 휴대폰 삼매경에 빠질게 뻔해서 급제안을 해봤다.
"바다 보러 갈래?" "가자","가자","가자". 누구하나 머뭇거림 없이 동의하는걸 보니 어지간히 근질거리긴 했나보다.
남해까지 가기엔 너무 멀고, 가장 가까운 삼천포 남일대 해수욕장으로 가보자.
딸아이 꼬맹이때 가보고 안가봐서 10년도 훨씬 넘었으니 아이들이 남일대 해수욕장이 어디에 있냐고 물을만도 하다.
드라이브를 할때는 엄마차로 가야한다는 딸아이의 말에 아빠가 "왜?" 하고 묻는다.
"아빠차는 블루투스가 안되잖아ㅎㅎ."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빠는 아빠차에 대한 사랑과 정이 충만하기에 굴하지 않는다.
"너 자꾸 아빠차 구박하면 나중에 새차 사도 안태워줄거야~" 라는 유치한 으름장이 전부다.
가는길에 SNS에서 한참 뜨거웠던 사천 무지개 해안도로도 경유하기로 한다.
도로와 바다를 구분하는 경계 돌기둥(?)에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 색깔을 입혀놓은 모습이 꽤나 인상적이고 예쁘다.
처음 해안도로에 내려서자마자 큰 주차장이 있어 차를 세우고 인증샷을 남긴다. 그런데 어떻게 찍어도 예쁜 각도가 나오지를 않는다. 이상하다. 여러 SNS에는 예쁜 작품사진이 많던데 다 사진빨을 잘 세운것이거나 내가 똥손인것이다.
그렇게 실망 아닌 실망을 하고 다시 차에 올라타 원래 목적지인 삼천포를 향해 달린다.
그런데 이게 웬걸.. 이제부터가 본격 시작이었다. 해안도로를 따라 쭉~ 달리는데 끝도 없이 꽤나 긴 무지개색이 스쳐지나가고, 아무데나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어도 예쁜 컷이 나올것만 같았다. 사람들도 다 이곳에서 각작의 포즈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우린 엉뚱한데서 찍었구나.. 짧은 아쉬움은 있었지만 다시 차를 세우자고 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그렇게 우린 곧 남일대해수욕장에 도착했고, 바닷바람이 쌩쌩부는 모래사장에 발을 내딛었다.
추운날 겨울바다를 찾은 사람들이 몇몇 있었고, 아이들은 오랫만의 바다 공기가 시원했는지 그다지 추워하지는 않는다.
그전에도 느꼈지만 남일대 해수욕장의 백사장은 폭이 정말 좁다. 부산이나 남해의 해수욕장을 기대하고 왔다가는 실망감이 꽤 클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아담하게 모아져있는 백사장의 모래를 밟아보는 정도로는 나쁘지않다.
우리는 백사장을 거닐고 있는 아이들을 멀리서 바라본다.
그동안의 근심과 고민이 있었다면 이 바람에 다 날려버리길 바라며..
또다른 모드의 삶이 필요하다면 그 삶을 사랑하고 행복해 할 수 있는 힘을 받아 가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