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19주년 기억하기
2021년 2월 19일에 결혼19주년 기념일을 맞이했다.
양가 농사일이 가장 한가한 때 날을 잡아야 하는이유로 따뜻한 봄이 오기전 겨울막바지에 결혼식을 올렸던 기억이 난다. 당시 유행처럼 찍던 결혼식 야외촬영을 1월에 덕수궁안에서 덜덜 떨며 찍었던 기억도 함께..
어느새 이렇게 세월이 흘렀는지..ㅋㅋ
집근처 파스타전문점의 브레이크 타임이 끝나는 시간 정각 5시에 저녁 첫손님으로 가서 빨리 먹고 나오자는 약속을 했다. 그런데 딸아이가 친구에게 잠시 전해줄께 있다며 먼저 나갈테니 식당에서 보자고 연락이 왔다. 그래서 우리는 아들만 태우고 식당에 시간맞춰 도착했는데 미리 와서 준비하고 있었던 딸아이ㅋㅋ 나름 서프라이즈를 한것이다. 예쁜아이들.ㅋ
택배로 미리 주문했던 비누꽃과 함께 메뉴도 골고루 주문을 잘 해 놓았다. 암튼 요즘 아이들의 센스를 보면 나의 그시절에는 상상도 못했을 일이다.
작년 결혼기념일에도 아이들에게 식사 대접(사실은 옆구리 찔러 절받기 수준ㅋㅋ)을 받았던것 같은데, 명절뒤라 세뱃돈이 두둑하니 아이들도 흔쾌히 계산해준다.
식사 후 딸아이와 둘이서 마트 장을 보고 들어왔는데, 식탁에 무심하게 놓여 있는 꽃다발과 시집.
남편의 서프라이즈였다. 미리 선물을 받은터라 생각도 안하고 있었는데, 내심 기분이 좋다.
20대 그 시절 [넌 가끔가다 내 생각을 하지, 난 가끔가다 딴 생각을 해] 라는 시집으로 젊은이들의 연애 감성을 촉촉히 적셔주었던 원태연 시인의 최근 새로 출간한 시집과 함께..
그때도 그 시집을 내게 사줬다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ㅋㅋ(미안하오..)
결혼기념일이라는 말에 감사하게도 선뜻 와인을 선물해주신 언니 덕분에 저녁 온라인 미팅 후 와인 한잔으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감사한 일 투성이인 요즘이다.
'사랑'이라는 단어를 '좋아'라는 단어로 수정했다.ㅎㅎ
'좋아'라는 단어가 더 가족같은 느낌이어서일까? 그래..19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우린 가족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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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한 젊은 아가씨가 그런 말을 한적이 있다.
"해마다 오는 생일, 어버이날, 크리스마스 등을 왜 굳이 챙기고 이벤트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라고..지금껏 별로 그래본적이 없는것 같다고..
모두가 살아가는 방식은 다르기 때문에 거기에 별다른 이견을 내비치지는 않았지만, 내 삶의 방식은 조금 다르다.
하루하루가 다 같은 날인것 같지만, 같지 않은 날들의 흐름이고, 그 중에 더욱 의미있는 날들은 소박하게라도 기억하고 지나가는게 일상의 행복 중 하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올해의 그날을 내년에 또 맞이할 수 있다는 보장이 있는것도 아니고..그래서 난 오늘에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