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피아노 소리
아마도 윗집일 듯 하다. 매일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피아노 소리가 들려오는 집.
9년전 함께 이 아파트에 첫 입주한 이웃이다. 윗집도 남매를 둔 나와 동갑내기 엄마라고 했다.
처음에는 윗집도 우리집도 아이들이 모두 유치원생이었다.
그러고보니 아이들이 이 집에서 많이 자라긴 했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이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어느날부터인가 피아노소리가 들려온다.
내 기억으로는 하루도 빠짐없이 피아노 소리를 들은것 같다.
어린 아이들이 벌써부터 피아노를 배우는가 싶었는데.. 소리가 들려오는 시간대를 보니..
아이들이 등원했을 시간에도 들려온다. 그런데 피아노 연주라고 하기엔 매우 서투른 솜씨이다.
얼마뒤 윗집 엄마와 차를 한잔 하는데.. 이런 저런 이야기 중에 아이들이 아닌 본인이 피아노를 배운다고 한다.
어릴때 못배운 게 너무 한이 되어 나이 들어서라도 배우고 있다고.. 순간 멋지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피아노 소리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꺼내진 않았다. 혹시나 층간소음을 이야기 하는 듯 비춰질까봐.
왜냐하면 층간소음이라 하기엔 너무나 짧은 시간 연습으로 끝났기 때문이다.
어떤날은 오전에 잠깐, 어떤날은 오후에 잠깐, 주말 오전에도 잠깐.. 불규칙한 잠깐잠깐이다.
하긴 그도 그럴것이 과외 교사인 그녀의 하루는 꽤나 바빠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몇년이 지나도 피아노 연주 솜씨는 좀처럼 발전되는것 같지 않았다.
어떤날은 나 혼자 피식 웃음이 날 정도의 연주로 끝났다. 좀 더 연습 좀 했으면 싶은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언제부터일까?
이런저런 바쁜 생활로 신경 안 쓰고 지내다 보니 그녀의 피아노 연주도 못듣고 살았는데..
진주 지역 코로나 확산으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은 요즘..그녀의 피아노 소리가 다시 들려온다.
우와~그녀의 진정한 승리다! 오늘 조금전 단조로운 캐롤이지만 그래도 크리스마스캐롤 한 곡을 완주했다.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역시 꾸준함이 결과를 만들게 됨을 보여주는 그녀! 참으로 성실한 그녀! 멋지다.
혼자 축하와 감동을 하면서...
슬그머니 책상 한구석에 서너권의 책들 밑에 깔려 있는 스페인어 책을 꺼내본다.
1년반전쯤 시작한 스페인어 공부..독학으로 해보겠다고 야심차게 시작했는데..
일주일에 한번 펼칠까말까 하는 이책.. 그녀처럼 하루 10분이라도 꾸준하게 봤더라면 지금쯤 인사말 정도는 자연스럽게
할 수 있을텐데.. 시간이 많아진 요즘. 내 일상에 새로운 패턴이 생기고 있는 요즘. 하나 더 얹어 보고싶다.
다시 바빠지더라도 사라지지 않는 패턴들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