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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가 있겠거니.. 나는 어려서부터 많은 사람 앞에 나서는 걸 좋아하거나 즐겨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내가 먼저 손을 들고 나서서 "제가 해보겠습니다"라고 해본적이 별로 없는것 같다. 그러다가 누군가가 나를 지목하는 상황이 오면 한두번 거절하다가 결국 하게 되는 경우는 많았다(아주 불가능한 상황이 아니라면 그랬다). 거절을 왜 끝까지 단호하게 하지못하고 받아들일까를 생각해보면 그 실랑이를 하고있는 불편한 상황이 싫었던게 가장 큰 이유였고, 한번 더 생각해 보면 못할(또는 안할) 이유가 딱히 떠오르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성실하게 살아오신 부모님의 피를 이어받아서인지, 탁월함 보다는 성실함으로 맡은바를 묵묵히 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내게 때로는 작은 성취감이 안겨지기도 했고, 때로는 큰 아쉬움이 안겨지기도 했지만 말이다... 더보기
아빠표 주말 메뉴 결혼 후 신혼때는 음식도 곧잘 만들었고, 심지어 나보다 요리를 맛있게 할때도 있었던 남편이 주방에서 손을 뗀지 십년이 훨씬 넘었다. 일부러 그런건 아닌데 어찌하다보니 그렇게 되어있었다. 그러는사이 나는 의도치않게 주부18년차로 음식솜씨가 꽤 늘어있었고, 남편은 라면끓일때 물의 양을 맞추는 실력외에는 모든 요리감을 잃어갔다. 내가 여의치 않을 때 남편이 할수있는 건 냄비에 해놓은 음식을 데우거나 냉장고에 반찬을 꺼내 아이들과 식사를 해결하기도 하고, 라면을 끓여 먹는게 전부였다. 내가 한참 바빴을 때 남편은 나름 요리를 해보려고 노력은 했으나 이미 손을 놓은 터라 다시 시작하기가 그리 쉽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그 노력만으로도 나는 고마웠다. 그랬던 남편이 작년 연말에 2021년도 목표 중 하나로 발표한 .. 더보기
남해군 남면 향촌마을 나 어릴적 국민학교때 같은 반 친구였던 숙이는 키도 크고 덩치도 좋은 만큼 마음도 넓고 성격이 화통했던 아이였다. 숙이네는 지금 강원도 춘천에서 그 유명한 닭갈비식당을 시부모님과 함께 운영하고 있다. 5년전에 춘천에 들렀을때 시원시원한 목소리와 재치있는 유머로 손님들을 응대하는 숙이 모습을 보고는 참 잘 어울리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친구네 식당은 해마다 11개월 내내 휴일도 없이 일을 하고는 1월 한달간 식당문을 닫고 직원과 가족 모두가 휴식을 한다. 베트남에서 온 직원들은 그 한달간 가족에게 다녀오기도하고, 숙이네는 해외여행이든 국내여행을 하며 휴가를 휴가답게 보낸다. 올해는 코로나로 해외여행이 안되니 국내여행을 할 수 밖에 없는데 코로나 없는 청정지역 찾아 삼만리 하던중 남해로 결정했다고 한.. 더보기
기록하는 또 하나의 방법 요즘은 별의별 단어를 다 줄이고 붙이고 하는게 유행인데, 요리초보자를 요린이, 주식초보자를 주린이라고 한다. 그럼 나는 글쓰는 초보자 글린이?ㅎㅎ 암튼 글로 기록하기를 도전한지 한달이 좀 넘어가는 새내기인 나는 몇줄 쓰는데도 썼다 지웠다를 수없이 반복한다. 글 주제는 어떤게 좋을지, 맞춤법은 맞는지, 문장에 맞는 표현법인지 등을 고민하면서.. 그렇게 마무리를 하더라도 만족스럽지 않은 마음으로 '완료' 버튼을 누르는 날이 대부분이다. 그러던 어느날 아침, 남강변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한사람을 목격한다. 커다란 카메라를 들고 자갈을 찍는건지 얼음을 찍는 건지 모르겠지만, 진지하게 고민을 하면서 찍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저사람은 오늘을 글이 아닌 사진으로 기록하려는구나. 예사롭지 않은 자세를 보니 아마도 .. 더보기
진주에 눈내리다 기상청 발표에 따르면 '6년만에 내린 눈'이라니 기록하지 않을 수 없다. 진실로 얼마만에 맞아 보는 함박눈인지, 오늘 아침은 계탔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반가웠다. 평소보다 조금 늦은 아침운동을 나서는데 날이 살짝 흐리다. 비가 예보되었나 싶었지만, 비가 많이 오면 돌아오지 싶은 생각으로 나선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않아 작은 진눈깨비 같은게 하나둘씩 내린다. 3~4분이 지나서 곧 큰 함박눈으로 변했지만, 땅에 떨어지자마자 자취를 감춰버려 나를 아쉽게 만든다. '제발 조금만 더 내려주길..' 하며 남강으로 내려섰더니 벌써 얼음위에는 눈이 얇게 쌓여 있었다. 나의 아침 운동 복장은 늘 똑같다. 흰색 야구모자에, 후드 집업, 무릎까지 내려오는 롱패딩을 입는데, 바람이 불거나 기온이 낮은 날은 야구모자위에 후드 모.. 더보기
졸업식 사진 딸아이가 유치원 졸업, 초등학교 졸업에 이어 올 겨울에는 중학교를 졸업했다. 그 아이 인생에 몇번의 졸업이 더 남아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앞으로 갈수록 더 어려운 과정의 졸업을 앞두게 되겠지만, 이 '졸업'이라는 단어에 올해는 참으로 많은 감정이 섞인다. 설렘과 걱정으로 시작했던 생활이 어느새 3년이라는 시간이 흘러버렸다는게 믿기 어려울만큼 눈깜짝 할 사이처럼 느껴진다. 딸아이를 믿었기에 기숙학교를 제안했었지만, 그래도 아직 어린 나이이기에 부모 품을 벗어나 단체 생활을 잘 해낼까 하는 걱정이 가장 컸다. 다행히도 딸아이는 너무나 잘 해내 주었고, 많은 추억을 쌓고 건강하게 졸업하는 것이 대견스럽기까지 하다. 또다시 시작되는 3년간의 기숙학교 생활도 잘 해내 주리라 믿는다. 이렇게 믿을 수 있는 이.. 더보기
기계 대면 Day 바깥 업무다운 업무를 보기 위해 오랫만에 드라이클리닝을 해놓은 외출복을 꺼내입고, kf94 마스크를 단디 쓰고 집을 나섰다. 며칠동안 집안과 온라인 공간에만 있었던 나는 콧바람 쐴 생각에 차가운 날씨 따위는 중요치 않았다. 사천에 잠시 볼일을 보고, 마산을 가야하기에 50분 정도 국도를 달릴 나와 함께 할 커피를 사가기로 한다. 사천 스타벅스점에서 드라이브스루를 하기로 하고, 어플을 열어 Siren order를 한다. 드라이브 스루 입구에 진입하면서 시커멓고 구멍이 숭숭 뚤린 네모난 기계얼굴에 이야기를 하고, 좀 더 진입하여 (다행히 직원이 건네주는) 커피를 받아들고 출발한다. 진주에서 마산으로 이어지는 국도에는 숨어있는 과속 카메라가 있기에 (몇번이나 과태료를 냈는지 모름 ㅠ) 급한일이 아니고서는 정규.. 더보기
칭찬 받은 날 고래도 춤추게 하고, 아들도 춤추게 했던 그 칭찬은 오늘 나의 마음도 춤추게 했다. 내 서랍속 비밀 일기장도 아닌, 공개글로 이런 기록을 남긴다는 게 우습기도 하고 뻔뻔함의 대가인 듯도 하지만 오늘 나는 그 짓을 해버린다. 진주지역 한 기도원에서 발생한 29명 코로나확진으로, 자정부터 거리두기 2.5단계가 실시된다는 뉴스로 우울해졌던 마음을 이렇게나마 씻어버리고 싶었고, 그러기에 아주 충분한 감동이었다. 바로 옆동네 사천에 사는 그녀를 본지가 족히 반년은 훨씬 넘은 것 같다. 내가 18년전 창원에 와서 처음 알게된 그녀는 남편의 직장 동료 와이프였다. 그녀는 20대 후반, 나는 30대 초반에 만나 서로 두아이를 낳아 키우는 과정을 함께 지나오면서 벌써 이만큼의 시간이 지났다는게 새삼스럽다. 우리는 흔히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