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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19주년 기억하기 2021년 2월 19일에 결혼19주년 기념일을 맞이했다. 양가 농사일이 가장 한가한 때 날을 잡아야 하는이유로 따뜻한 봄이 오기전 겨울막바지에 결혼식을 올렸던 기억이 난다. 당시 유행처럼 찍던 결혼식 야외촬영을 1월에 덕수궁안에서 덜덜 떨며 찍었던 기억도 함께.. 어느새 이렇게 세월이 흘렀는지..ㅋㅋ 집근처 파스타전문점의 브레이크 타임이 끝나는 시간 정각 5시에 저녁 첫손님으로 가서 빨리 먹고 나오자는 약속을 했다. 그런데 딸아이가 친구에게 잠시 전해줄께 있다며 먼저 나갈테니 식당에서 보자고 연락이 왔다. 그래서 우리는 아들만 태우고 식당에 시간맞춰 도착했는데 미리 와서 준비하고 있었던 딸아이ㅋㅋ 나름 서프라이즈를 한것이다. 예쁜아이들.ㅋ 택배로 미리 주문했던 비누꽃과 함께 메뉴도 골고루 주문을 잘 해 .. 더보기
엄마의 사진첩 설명절을 한 주 앞두고 들렀던 친정집에서의 하룻밤. 건강하지 못한 엄마와 그 엄마를 돌보고 계신 아빠를 너무 오랫동안 찾아뵙지 못했다. 아마도 기다리신 만큼 목이 길어졌다면, 기린보다 더 긴 목을 갖게 되지 않으셨을까싶다. 시국이 이러하니 나에게 섭섭해하지는 않으신다. 그저 이런 상황이 안타까울뿐. 그래도 이렇게 만나면 즐겁게 이야기하고, 맛난거 해먹고, 엄마의 엉뚱한 행동도 함께 웃어 넘길수 있어 좋다.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이, 시골 겨울밤의 시작은 해가 지는 시간과 거의 일치한다는 점이다. 저녁 식사를 일찍 끝내고, 씻으신 부모님은 엄마가 드시는 약의 기운에 맞춰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어가신다. 아직 마무리하지 못한 집안일을 마저 정리하고, 나는 어릴적 내가 쓰던 방에 들어가서는 긴긴밤.. 더보기
처음 가져본 시간 결혼 19년만에 처음으로 '아무것도 안하고', 그리고 '안해봤던 걸 해 본' 설명절 연휴를 보냈다. 아무것도 안하는 것이라 하면, 차례상에 올릴 음식을 하기 위한 장을 보지도 않았고, 몇시간을 주방에서 기름냄새 맡으며 음식을 하지도 않았고, 네명이서 며칠 동안 머무를 짐을 싸지도 않았고, 어른들을 찾아 뵐 때 인사드리기 위한 선물을 고민하지도 않았고, 여러 교통수단을 갈아 타며 길에서 몇시간을 보내지도 않았다. 안해봤던 걸 해 본 것이라 하면, 양가에 온라인으로 세뱃돈을 전송했으며, 명절 선물은 미리 택배로 모두 보내드렸고, 연휴 첫날 남편과 드라이브겸 산책을 했고, 명절 당일 아침에 한가롭게 진주 남강변을 걸었고, 아이들은 영상통화로 어른들께 세배를 드리고, 무박이지만 "캠핑"을 갔다. 상상도 못해본 .. 더보기
천오백원의 여유.. 여유...이고 싶다. 이렇게 또 일주일이 끝나가고 벌써 금요일이다. 생활의 큰 변화는 없으나 요즘 뜻하지 않게 머리가 꽉 차 있는 느낌이다. 한번 더 생각해보면 별일 아닌 불필요한 것들로 무질서하게 꽉 차 있다는걸 알기에 불편함이 더욱 밀려온다. 그래서인지 노트북을 펼쳐놓고 글을 적어나가는 시간도 잘 안 만들어진다. 가끔 하는 생각이지만 머리속도 필요에 따라서 그리고 원하는 대로 비우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늦은 가을 길가에 굴러다니는 낙엽들을 수수빗자루로 쓸어 비우듯이. 눈 덮인 시골집 마당을 사람이 다닐 수 있게 넉가래로 길을 내듯이. 시골집 바깥마루에 날아들어 쌓인 먼지를 마른걸레로 밀어내듯이.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된장찌개의 거품을 국자로 걷어내듯이. 다시 쌓이고, 다시 거품이 일더라도 어쨌든 그 순.. 더보기
바다 보러 가자 토요일 오후, 네명 모두 딱히 할일도 없고, 집에 있으면 각자 휴대폰 삼매경에 빠질게 뻔해서 급제안을 해봤다. "바다 보러 갈래?" "가자","가자","가자". 누구하나 머뭇거림 없이 동의하는걸 보니 어지간히 근질거리긴 했나보다. 남해까지 가기엔 너무 멀고, 가장 가까운 삼천포 남일대 해수욕장으로 가보자. 딸아이 꼬맹이때 가보고 안가봐서 10년도 훨씬 넘었으니 아이들이 남일대 해수욕장이 어디에 있냐고 물을만도 하다. 드라이브를 할때는 엄마차로 가야한다는 딸아이의 말에 아빠가 "왜?" 하고 묻는다. "아빠차는 블루투스가 안되잖아ㅎㅎ."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빠는 아빠차에 대한 사랑과 정이 충만하기에 굴하지 않는다. "너 자꾸 아빠차 구박하면 나중에 새차 사도 안태워줄거야~" 라는 유치한 으름장이 전부다. 가.. 더보기
바람부는 아침 하루도 빠짐없이 60일의 아침을 걷고있다. 이제 나에 대한 대견함이나 기특함보다는 걸을 수 있게 해주는 아침시간에 대한 고마움이 큰 것 같다. 고마운건 고마운거지만 오늘은 그냥 머리속이 좀 복잡하다. 머리속이 복잡할때는 걷는 것 만큼 좋은게 없는 것 같다. 이런 날 나의 시선은 멀리 향하지 못하고 발끝 가까이에 모아진다. 진주 아침기온이 영하5도 라는데 맞은편에서 불어오는 바람 덕분에 체감기온은 영하15도였던 아침과 비슷하다. 나의 복잡했던 생각들의 방향은 지조를 못지키고 뜬금없이 이 칼바람에 꽂혀버렸다. 되돌아오는 반환점을 기준으로 너무 달라지는 바람의 방향이 나로하여금 오글거리는 문장을 떠올리게 한다. 가는길에는 내가 바람을 밀며 걷고, 오는길에는 바람이 나를 밀어준다. 가는길에는 내가 바람을 안은채.. 더보기
고민을 품은 딸 졸업식 이후 고등학교 입학전까지는 대기상태로 있어야 하는 딸. 인문계 고등학교를 지원했고 대부분 그렇듯이, 학원다니며 선행학습도 열심히 하고 있는 딸. 해야한다고 하니 그냥 왔다갔다 하며 할수없이 억지로 해내고 있는듯이 보였던 딸. 해가 중천에 떠서야 느지막이 일어나고 종일 휴대폰 삼매경에 빠진 듯 했던 딸. 그러고는 밤늦게 아니 새벽까지 인강에 숙제하느라 취침시간이 늦어 걱정시키던 딸. 그래도 학원에서는 숙제 꼬박꼬박 잘하고 성실하게 하고 있다는 선생님 말씀에 위안받게 했던 딸. 공부를 해야할 이유를 찾기는 했는지 나로하여금 궁금하게 만들던 딸. 그래보였던 딸이.. 오늘 식사를 하면서 진로와 인생방향에 대한 수많은 생각과 고민들을 털어놓았다. 그리고 나름의 방법들을 강구해본 노력도 엿볼수가 있었다. 그.. 더보기
진주 문산배 감동입니다 얼마전 제사상에 올릴 제수용과일로 마트에서 배를 구입했지요. 그런데 막상 비닐과 포장망을 벗겨보니 절반이 썩어 있었어요. 영수증은 이미 버렸고 구입한 마트에 쫒아갈 시간도 여의치 않아 집근처 마트에서 급하게 다시 샀어요. 썩은 배는 맛도 없어서 일부 도려내고 그냥 갈아서 먹어치웠습니다. 숭덩숭덩 썰어서 믹서기에 넣고 갈때마다 제 마음도 씁쓸히 갈리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모임에서 알게된 분이 배농사를 짓고 계시고, 다행히도 직접 주문도 받으신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저는 과일농사를 직접 지어보지는 않았지만 시댁에서 귤 농사를 짓기에 소매로 주문 받는 것보다 도매로 넘기는 게 훨씬 덜 번거롭고 용이하다는 걸 알지만, 싱싱한 과일을 먹고 싶은 욕심에 바로 직거래 주문을 했지요. 택배로 보내주셔도 되는.. 더보기